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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들

야구소녀, 20200702 CGV 시네마톡 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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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야구 선수 주수인의 성장 이야기.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말아라, 너의 기준을 만들어라.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절대 아냐, 니가 잘하는 거 장점을 극대화 해야 한다고. 영화 야구소녀의 주제다.

“150 던지면 프로 갈 수 있잖아요. “ 라고 말하며 어깨와 손을 혹사시켜가며 던지는 연습을 하던 주수인은 빠르게 던지는 것이 아닌 < 타자가 못치는 공 >을 던진다.

주수인을 가르치는 코치 최진태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못해서 프로입단이 좌절되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야구가 좋아 독립구단에서 계속 야구를 하던 사람. 친구처럼 보이는 스카우터가 마흔이 넘도록 프로도 못가고..라며 무시하는 말을 해도 가만히 있는다. 처음에는 자신의 좌절을 주수인에게 투영해서 서로 반목하지만 (주수인이 여자라서가 아니라 원래 프로는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단정을 지어버린다) 후에는 코치로서 주수인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사람이다.

수인이는 야구밖에 몰라



최진태는 처음에는 정말 재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귀인인데. MBTI도 아니고 어떻게 장점 딱딱 찾아내서 발전 시켜주냐. 아니다 사실은 박감독이 다 한거지. 박감독은 그야말로 좋은 어른 느낌이다. 어쨌든 열아홉 주수인의 옆에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을 영화에서 많이 보여주어 다행이다. 내 장점을 찾으려면 매일 매일 명상을 해야 할텐데. 나도 어디 귀인없나요.

최진태가 주수인에게 해준 말들을 마지막에 구단주에게 써먹는 장면이 좋았다. 그래 그럼 그렇지 하던 결말에서 반전을 주는. (나도 너무 갇혀 있구나) 주수인은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주수인만의 장점이 뚜렷한 투수다, 그래서 이길 수 있다고. 저는 볼 회전력이 좋아요 라고 시작하는 프로 선수의 멋진 자기PR.

주수인의 주변 인물들은 세상의 기준에 맞춰 “열심히” 살았던 인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 주니어 시절부터 주수인과 야구를 같이 했던 친구만 프로입단을 했다. 세상의 기준은 너무도 가차 없어서 주수인의 친한 친구의 오디션은 연습했던 춤이나 노래를 보지도 않고 얼굴만으로 탈락으로 끝이 났다.
“돈”이라는 기준을 따르는 주수인의 엄마는 가족을 부양하며 아둥바둥 살아간다. 영화 마지막에는 기타로 눈을 돌리는 친구의 모습과 돈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이 좋았다.

야구소녀는 내 장점을 찾아 자신만의 기준으로 플레이하라는 교훈도 교훈이지만 훌륭한 여성서사이기도 한데 그래서 마스크 젖도록 눈물을 흘리면서 봤지. 왜 울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신파 아닌데도 눈물 날때 있잖아요. 모든 딸들은 “엄마 처럼은 살고 싶지 않아” 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텐데 그 말을 내뱉기는 힘들다. 주수인이 엄마를 향해 그 말을 내 뱉었을 때 눈물이 주륵주륵. 그때의 배우 염혜란의 연기도 너무 좋다. “나라고 처음부터 니 엄마였니? 나라고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줄 알아?” 했던 그 말과 순간의 공기가 인상깊다. 열아홉의 주수인도 아니고 엄마의 나이대도 아닌 그 중간에서 너무나도 공감이 되어서.

주수인의 어머니는 혼자 가족을 부양한다. 공인중개사 공부를 몇 년이나 하며 결과를 내지 못하는 남편에 (지금 보니 완전 조선시대 선비아녀) 초등학생 딸랑구, 야구밖에 모르는 딸. 가족들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간다. 엄마 혼자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며 생활을 유지한다. 생활을 유지하는데에는 돈이 많이 든다. 돈돈 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엄마는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는 딸이 걱정된다.

주수인의 아빠에 대해서는 할 말이 딱히 없다.
놈팽이 아빠를 생각하기도 싫다. 심성만은 곱고 폭력을 쓰지 않고 무릎을 꿇을 줄 알며 딸을 잘 믿어준다는 것 정도가 생각이 난다. 하는 말에 비해 실천력과 행동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짜 조선시대 선비 ㅗㅗㅗ.

야구소녀 영화의 다른 좋은 점은: 주수인이 “여자라서” 배척 받는 장면을 최대한 줄였다는 것이다. 왜요 내가 여자라서요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도리어 최진태가 짧게 집고 넘어간 정도. 야구부 친구들도 질투나 배척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수인이는 외롭게 했지만. 현실의 나쁜 점을 또 다시 영화에서 본다면 개빡치므로 이 부분은 좋았다. 남성/어른의 비웃음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격파하는 주수인과 화내는 최진태가 힘이 되어준다.

트라이아웃에서는 주수인 말고도 정제이미라는 타자 포지션의 여성 선수가 한 명 더 나온다. 남자선수들의 비웃음이 있었지만 나도 정제이미가 되어서 주수인 화이팅을 외쳤다. 영화 이후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 캐릭터 중 하나. 짧게 출연했지만 동지애는 시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정제이미였지



영화가 너무 좋았어서 생각나는대로 주저리주러리 써봤는데 시네마톡이어서 영화 이후에는 이주영 배우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이주영 배우의 연기관이라던가.. 인상 깊었던 말들이 많았어서 다음에 적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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